- #씬플레이빌
- #붉은정원
[FULL HOUSE] 나의 '캐스팅 콜'
무대 위에서 노련한 연기로 빛을 내는 프로 배우들에게도 긴장감 넘치고 어설펐던 오디션의 순간들이 있었다. 배우들의 아찔했던 오디션 흑역사, 잊지 못할 기억 등 오디션에 관한 특별한 에피소드들을 들어봤다.
전하영 <씬플레이빌>
전문보기

뮤지컬 <붉은 정원>
에녹
데뷔작 <알타보이즈>를 막 마쳤을 무렵 보게 된 한 오디션에서의 일입니다. 당시 오디션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없었던 저는 정장에 넥타이까지 반듯하게 갖춰 입고 오디션장에 갔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제 복장을 보고 많이 웃으시더군요. 심지어 자유곡으로는 찬송가를 불렀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준비되지 않았던 제 모습이 참 부끄럽습니다. 그날 이후로 배우들의 오디션 복장을 연구하기도 했었는데, 다들 어디서 그런 재미있는 옷들을 구하는지 놀랍습니다.
이정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처음으로 앙상블이 아닌 배역 오디션을 보게 됐었어요. 오리지널 연출팀이 직접 진행하는 오디션이 거의 5개월에 걸쳐 진행됐죠. 연출팀이 외국어로 주는 지시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눈치껏 따라가며 오디션의 관문을 하나씩 통과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제 노래와 연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죠. 마침내 크리에이티브팀과 완벽히 교감하게 됐을 때는 정말 짜릿했어요! 배워가는 게 즐거워서 떨어져도 전혀 후회 없을 것 같았죠.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뻤답니다!
송유택
생애 첫 오디션이었던 뮤지컬 <렌트> 오디션 때 일입니다. 지정곡에서 제가 지원한 배역의 파트만 부르면 되는 것이었는데 의욕이 넘쳤던 저는 두 배역의 목소리를 바꿔가며 모두 불렀어요! 덕분에 숨이 두 배로 차오르고 제 목소리는 점점 정체성을 잃어갔죠. 그렇게 저도 오디션장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던 슬픈 기억이 있답니다.

정상윤
2006년에 뮤지컬 <드라큘라>의 앙상블로 오디션을 봐서 공연에 참여하게 됐었어요. 그런데 ‘닉’이라는 배역을 남자 앙상블들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그때부터 앙상블들끼리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어요. 경쟁하는 동안에는 형도 동생도 친구도 없었죠. 다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던지… 선의의 경쟁이었지만 아주 피 마르는 접전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상윤은 닉 역에 최종 선발됨)
김금나
뮤지컬 <레베카>의 최종 오디션 때 일이에요. 배우가 되기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노래의 클라이맥스로 가야 할 부분에 1절과 2절을 섞어 돌림노래처럼 같은 구절을 계속 불렀어요. 결국 중간에 노래를 끊고 다시 불렀는데, 결과적으로는 실수 덕분에 좀 더 오래 저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답니다!
박정원
저는 2013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오디션 때를 잊을 수 없어요. 당시 <소라별 이야기>라는 연극을 하고 있던 때라 길고 지저분한 머리로 그 순수한 소년 ‘순호’ 역에 도전했거든요. 자유연기로 똥개 연기를 하며 짖기도 하고 열연을 펼쳐서 운이 좋게 오디션에 붙었어요. 당시 제 긴 머리와 이미지를 보고 형, 누나들이 선배인 줄 알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시는 머리 안 기를 겁니다. 하하하.
저는 2013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오디션 때를 잊을 수 없어요. 당시 <소라별 이야기>라는 연극을 하고 있던 때라 길고 지저분한 머리로 그 순수한 소년 ‘순호’ 역에 도전했거든요. 자유연기로 똥개 연기를 하며 짖기도 하고 열연을 펼쳐서 운이 좋게 오디션에 붙었어요. 당시 제 긴 머리와 이미지를 보고 형, 누나들이 선배인 줄 알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시는 머리 안 기를 겁니다. 하하하.

뮤지컬 <미인>
정원영
생애 첫 오디션이었던 <대장금> 오디션 때의 일이에요. 군 휴가 나온 틈을 타 오디션에 참여했는데 당시 군대에서 행군을 한 직후라 발바닥이 온통 물집 투성이었죠. 특기가 있냐는 말에 발이 아픈 것도 잊고 온갖 덤블링을 다 선보였어요. 심지어 신발도 벗고 맨발로 덤블링을 했죠. 그래서 그만 오디션장 바닥이 피범벅이 돼버렸답니다! 오디션을 마치고 나와서 발에 붕대를 감쌌던 기억이 나네요.
김지철
어느 오디션에서 한국어로 번역 된 외국 곡을 부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가사가 영 입에 붙지 않아서 제 스타일대로 바꿔 불러버렸어요. 그리고는 음악감독님께 엄청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감독님, 죄송해요!
김종구
저는 오디션 중에 안무가 있으면 항상 진심을 다해 열심히 따라 합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아주 즐거워하세요. 왜 그럴까요…? 제가 웃긴가 봐요. 쳇!
허혜진
지금보다 어렸을 때, 레슨도 받고 준비도 많이 해서 대극장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긴장을 했는지 몇 마디 부르자마자 맨 마지막 가사를 부르고 있더라구요. 정작 고음 부분은 불러보지도 못하고 노래가 끝나서 저도 당황하고 반주자님도 당황하셨죠. 노래가 끝나자마자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하고 오디션장을 나와버렸어요. 그 땐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통나무 같았거든요.

김찬호
예전에 <코러스 라인> 오디션을 보는데,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되는 장면을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독백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 대사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아니 그냥 펑펑 울었어요! 연출님과 대표님이 저에게 휴지를 건네며 너무 좋았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인물과 하나 되는 순간을 느꼈던 날이었죠! 그런데 전 그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아직도 오디션은 어떻게 해야 붙는지 잘 모르겠네요.
권용국
저는 <미스 사이공>의 앙상블로 오디션 제안을 받았는데 ‘투이’라는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어서 약 한 달간 준비한 적이 있어요. 오디션장에서 앙상블 지정곡을 부르고 난 후 외국 프로듀서 팀에게 투이 노래를 한번만 불러보고 싶다고 말했죠. 기회를 얻어 드디어 준비해 간 노래를 선보였고, 결국 최종 오디션까지 가서 투이 역의 퍼스트 커버로 선발됐어요! 정말 온 몸에 전율이 오는 짜릿한 경험이었죠. 그런데 그 공연이 개막도 하지 못하고 취소돼 버렸어요. 정말 아쉬웠지만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해줬던 오디션이랍니다.
박도경
뮤지컬 <그리스>의 최종 오디션을 앞두고 있던 때, 안타깝게도 오디션 일정이 해외 공연과 겹치고 말았어요. 그런데 공연이 너무 하고 싶은 마음에 급히 비행기 표를 구매해 해외 일정이 끝나자마자 혼자 비행기를 타고 바로 오디션장으로 달려갔죠. 다행히 제시간에 무사히 오디션을 볼 수 있었고, 결과는 합격이었어요! 그때 정태영 연출님과도 인연이 되어 이번에 <미인>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용기 있는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이민재
오디션 중 크리에이티브팀의 요청으로 상의를 탈의하고 자유안무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준비해간 노래 파일이 오류가 나서 음악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상의 탈의를 한 상태로 무반주 댄스를 추었던 기억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