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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더픽션’ 배우들과 윤상원 연출이 전하는 8인 8색 ‘내 인생의 픽션’
[즐금] 뮤지컬 ‘더픽션’ 윤상원 연출과 박유덕·주민진·박규원, 박정원·강찬·유승현·황민수가 전하는 ‘내 인생의 픽션’
허미선 <브릿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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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을 바꾼 소설 혹은 살아가는 데 힘을 주고 깨달음을 선사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삶의 전환점이 되고 태도 및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다 준 상상 혹은 허구의 이야기도 있다.
뮤지컬 ‘더픽션’(6월 30일까지 대학로TOM 1관)은 그 전환점이 된 ‘픽션’에 대한 비틀린 집착과 가짜 뉴스의 날조 등을 통해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야한다고 강조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조연출 출신인 윤상원 연출 데뷔작으로 2017년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 선정작이기도 하다. 1932년 미국의 뉴욕, 그레이 헌트(박유덕·주민진·박규원, 이하 관람배우·시즌 합류·가나다 순)의 연재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 속 주인공인 악을 처단하는 살인마 블랙이 현실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살아갈 의지를 잊은 채 시들어가는 삶을 영위 중이던 소설가 그레이 헌트와 그의 오랜 팬이자 신문사 기자 와이트 히스만(박정원·강찬·유승현·황민수), 실제로 등장한 소설 속 살인마를 쫓는 형사 휴 대커(김준영·박건·안지환)가 풀어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 중 와이트는 절망으로 절규하던 어린 시절 그레이의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로 위안을 얻고 삶의 의지를 다졌다. ‘더픽션’의 윤상원 연출과 그레이 헌트 역의 박유덕·주민진·박규원, 와이트 히스만 박정원·강찬·유승현·황민수가 저마다 ‘내 인생의 픽션’에 대해 털어놓았다.
윤상원 연출, 무의식 속에서도 꿈꾸게 하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면 헤르만 헤세와 박민규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겠지만 제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소설이라면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말하고 싶습니다. 20년 정도 전에 처음 읽은 이 소설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느낄 때면 지금까지도 펼쳐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다른 갈매기들이 먹이를 목적으로 비행할 때 더 높은 하늘을 날기 위한 비행을 꿈꾸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갈매기들의 따돌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행술을 연마해 결국 초현실적인 공간까지 날게 됩니다. 저의 무의식 속에서 늘 꿈을 꾸게 하고 끊임없이 행동하게 하며 힘이 들 때 제 자아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소설이죠.”
그레이 헌트 박유덕, 무명시절을 버틴 힘! 이용규의 ‘내려놓음’ ‘더 내려놓음’

“소설은 읽지 않는 제 인생의 책은 ‘내려놓음’ 시리즈입니다. 종교적이긴 하지만 힘들었던 무명시절을 버틴 힘이기도 하죠. ‘내려놓음’과 ‘더 내려놓음’ 시리즈를 접하면서 제 삶과 생각도 많이 변했습니다.”
박유덕이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은 ‘내려놓음’ ‘더 내려놓음’은 선교사인 이용규 교수의 책으로 움켜잡으면 소멸되나 내려놓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내 생각, 내 욕심, 내 소유 등은 집착하거나 움켜쥐거나 남을 짓밟고 취할 때보다 내려놓음으로서 비로소 내게 온다는 깨달음에 대한 책이다. 비단 기독교인 뿐 아니라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적 풍요로움과 행복을 축적하는 글귀들로 충만하다.
그레이 헌트 주민진, 독서량의 급증을 부른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제 인생의 ‘픽션’은 스물한살 때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연금술사’예요. 희망이 생김과 동시에 독서량이 급격히 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래는 주로 심리서나 인문도서를 읽다 보니 소설을 읽은 지가 좀 오랩니다. 여유 있게 한 호흡에 죽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합니다.”
주민진의 독서량을 급증시킨 ‘연금술사’는 신부를 꿈꾸던 청년 산티아고가 양치기가 돼 떠돌며 만물에 깃든 영혼의 언어들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1개 언어로 번역돼 2억 25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맞이했던 인생의 전환점에 대한 회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를 통해 파울로 코엘료가 경험한 자아의 연금술이 ‘순례자’ ‘연금술사’에 담겼다.
그레이 헌트 박규원, 속도 보다 침착한 판단! 박상연의 ‘DMZ’,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북한군 벙커에서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이야기를 나누던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누구보다 총을 빨리 뽑을 수 있다’로 자랑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자랑에 오경필이 ‘전쟁에서는 얼마나 침착한가 그리고 판단을 잘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죠. 급한 일이나 큰 문제가 생겨 당황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외치고 다짐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박규원이 말하는 장면은 거장 박찬욱 감독과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명실상부한 명배우 반열에 오른 송강호 그리고 이병헌, 이영애, 신하균, 김태우 등이 출연했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다. 이는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남북 병사 간 총격사건을 추리극 형식으로 풀어간다.

“향기라는 것은 어떤 향기를 맡느냐에 따라 나에게 천국과 지옥을 선사한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향수’는 향기를 자아에 비유해 주인공 그르누이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겼죠.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구체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작가의 문체에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박정원의 ‘내 인생의 픽션’인 ‘향수’는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도 거부했던 은둔자이기도 했던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등의 독일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문제작이다. 49개 언어로 번역돼 2000만권이 팔려나간 ‘향수’는 파리의 악취 나는 생선 좌판대 아래서 매독에 걸린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르누이의 일대기다. 악취를 누를 최고의 향수를 위해 살인도 마다 않던 그르누이의 경악할만한 마지막은 기묘하고 처절하기까지 하다. 2006년 톰 티크베어 감독,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등이 출연해 ‘향수: 어느 살인자 이야기’(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와이트 히스만 유승현, 내 자신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 ‘스테이지 뷰티’

“오래 전 영국, 남자들만 배우를 할 수 있던 시절 최고의 여자배역 전문 남자배우 네드 키니스톤의 이야기예요. 어느 날 왕명으로 남자배역은 남자배우가, 여자배역은 여자배우가 하게 됩니다. 시대가 바뀌며 갈 곳을 잃은 키니스톤이 자신이 하고 싶던 데스데모나 역을 하게 된 여배우 마리아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찾아가는 영화죠. 두 사람이 서로 호흡하며 교감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유승현이 꼽은 영화 ‘스테이지 뷰티’는 연극 ‘컴플리트 피메일 스테이지 뷰티’(Compleat Female Stage Beauty)를 각색한 작품이다. 빌리 크루덥, 클레어 데인즈, 루퍼트 에버렛 등이 출연했던 영화로 당대의 최고 여자배역 전문 배우 네드와 그에 대한 마음을 키우다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여배우가 된 마리아의 이야기다. 여성으로 무대에 오르며 제 자신을 잃었던 네드, 그런 네드를 통해 꿈을 키우던 마리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들을 교류하면서 저마다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와이트 히스만 강찬, 인생을 곱씹게 했던 ‘디어 마이 프렌즈’

“수많은 연기자 선생님들이 펼치는 명연기를 보고자 시청했다가 그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된 작품이에요.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을 훌쩍 넘겨버린 노년의 삶을 보며 인생이란 무얼까 곱씹어 보게 됐죠.”
강찬이 “꼭 보시길 바란다”고 강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 등의 노희경 작가 작품이다. 서른일곱의 박완과 그가 ‘꼰대들’이라고 부르는 엄마, 엄마 친구와 남편들이 진정으로 소통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 눈물겹게 펼쳐진다. 완 역의 고현정과 그의 억척스러운 엄마 장난희 역의 고두심을 비롯해 김혜자, 나문희, 박원숙, 박원숙, 윤여정, 주현, 김영옥, 신구 등 연기신들이 주옥같은 명언들을 선사한다. 노희경 작가 특유의 진중한 서사와 삶의 깊이를 아우르는 대사들, 이를 보다 깊게, 연륜을 담아 표현하는 배우들이 촘촘하게 극을 채운다. 서로를 향해 힘겹게도 발을 내딛는 완과 연하의 연인 서연하(조인성), 엄마가 정신줄을 놓고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아들 유민호(이광수) 등 어느 하나도 허투루 다루는 법이 없다.
와이트 히스만 황민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 ‘이프 온리’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운명에 대해 알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아야만 뒤늦게 후회하고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는걸까? 매순간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사용하면 어떨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황민수가 ‘내 인생의 픽션’을 꼽은 영화 ‘이프 온리’(2004)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길 정거 감독,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다. 극장 비수기에 달랑 82개관에서 상영된 작품으로 입소문만으로 100만명의 관객을 만난 수작이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지만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달은 이안(폴 니콜스)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음을 맞은 연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를 향한 진정한 사랑을 표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잃고서야 깨닫게 되는 사랑, 그 사랑에 대한 감사와 소중함이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Take my heart back’ 등 주옥 같은 OST에 실려 짙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