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Beloved Days
초연 당시 과거와 현재,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시적인 대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대학로에서 맹활약중인 현석준, 주민진, 박정원, 손유동 배우가 1년 만에 다시 뭉치고, 여기에 신예 황순종 배우까지 합류하여 ‘의기투합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문겨레
초연 당시 과거와 현재,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시적인 대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대학로에서 맹활약중인 현석준, 주민진, 박정원, 손유동 배우가 1년 만에 다시 뭉치고, 여기에 신예 황순종 배우까지 합류하여 ‘의기투합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문겨레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실존 인물이었던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그의 주치의 겸 작가 존 윌리엄 폴리도리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작가적 상상을 덧입혀 만든 작품. 표면적으로는 소설 ‘뱀파이어 테일’의 저작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주된 내용이지만 바이런에 대한 애증과 동경, 사랑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존과 그런 존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바이런의 분위기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단 두 사람의 호흡으로 시공간을 채워야 하는 작품이라 배우들 사이의 유대도 끈끈해질 터. 역시나 하나같이 입을 모아, 초연에 참여했던 이들이 다시 한다면 나 또한 하겠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고. 살짝 엿본 연습실은 화기애애 그 자체였고, 인터뷰 시간은 정다웠으며, 작품을 대하는 청춘들의 태도는 견고했다.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하게 된 배우들에게 다시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들어 보고 싶네요.
주민진 초연에 참여했던 작품이라면, 두 번째 공연까지는 함께하려고 해요. 조금 더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니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마음의 자세라고 할까요.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보면 그 뿌듯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박정원 아쉬움이 많은 작품은 꼭 한 번 다시 하고 싶어요. 재연이 올 수 있었던 건 초연이 잘 됐기 때문이지만, 저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어요. 작품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섬세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 같아서 다시 선택하게 되었어요.
손유동 창작 초연은 언제나 힘들지만 이 작품은 유독 힘들었어요. 바이런과 존, 작품에 등장하는 소설 ‘뱀파이어 테일‘의 루스벤과 이안테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어내야 하니 복잡했거든요. 여러 개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초연 공연을 무사히 마치며 큰 산을 넘고 나니 다시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능숙해진 상태로 시작을 하면 더 즐겁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초연 멤버들 다 하면 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다 같이 하게 되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현석준 저는 아무것도 안 따지고 다 같이 돌아오면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왜냐하면 너무 치열하게 연습했고, 작품을 잘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책임감에 휩싸였던 시간이 길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연습은 힘들었어도 재미있게 공연했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 이번에는 좀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연습은 훨씬 수월하게 풀고 있나요?
박정원 이미 준비된 상태잖아요. 좀 더 섬세하게 다가가고 있는 기분이에요.
황순종 배우의 합류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손유동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황순종 저 잘 모르셨잖아요.(웃음)
손유동 이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다만 작품에서 함께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합을 맞추게 될까 기대가 됐죠. 무엇보다 순종이가 쇼케이스 참여를 통해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석준 저도 새로운 배우가 온다면 순종이가 가장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쇼케이스 공연의 경험이 있다 보니 작품에 익숙할 테니까요.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대부분이니, 누군가 온다면 순종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맞아 떨어져서 너무 좋았죠.
현석준 배우와 황순종 배우는 유일한 또래라 의지될 것 같아요.
손유동 순종이가 까마득한 후배 아냐?
현석준 네 살 차이면 또래지 뭐.(웃음)
주민진 그렇게 치면 우리랑도 또래겠다.(웃음)
현석준 우린 90년대 생이에요!
(황순종 배우에게) 함께 하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황순종 쇼케이스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처음 만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형들이 너무 잘 이끌어줘서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이미 경험있는 형들의 속도에 맞출 수 있게 빠르게 맞춰가는 중이에요. 비슷한 선에 도달해야 저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황순종 특별한 고민은 없어요. 저의 방향에 대해 의심이 들지 않아요.
주민진 속도로 따지면 저보다 빨리 가고 있어요. 다시 대본을 보며 대사와 가사들을 어떻게 요리했었나 고민 중인데, 순종이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 단계라 저희끼리 농담으로 ‘다음 주에 공연해도 되겠다’라고 할 정도죠.
현석준 정말 신기할 정도로 가야 할 때 가고, 멈춰야 할 때 멈추더라고요. 타고난 것 같아요.
손유동 네가 학교 선배로서 옆에서 하드 트레이닝 시켰나 보다.(웃음)
작품과 재회하며 새롭게 발견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주민진 일단 순종이가 왔다는 점이 제게 큰 부분을 차지해요. 지금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라는 창작 초연 작품을 함께 공연하고 있거든요.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순종이로부터 신선함과 깊이감을 동시에 느꼈어요. 아주 진한 한약재 같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저의 바이런과 루스벤을 유지하면서도, 순종이가 연기할 존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찾다 보면 저와 관객들 모두가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정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극중 인물들의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바이런에 치중하기 보다, 바이런과 존 혹은 루스벤과 오브리, 이안테의 관계에 집중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현석준 저의 존은 바이런을 사랑하는 것에 완전히 초점을 맞춘 존이었어요. 이번에는 최대한 덜어낼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고 했고 또 새로운 요소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예를 들어 이전에는 바이런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내면의 파동이 크더라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식이죠. 관객들에게 내면까지 표현하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손유동 저는 ‘과거의 유동이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더 찾을 게 없을 정도로 이미 디테일한 부분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것들을 더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소화하는 것이 올해의 몫인 것 같아요. 가볍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이미 쌓아 둔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번에 대본을 다시 봤을 때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작년을 되짚어 보니 해결 되더라고요. 이미 해본 것과 새로 가보고 싶은 방향, 두 개의 선택지가 생겼으니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하게 된 배우들에게 다시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들어 보고 싶네요.
주민진 초연에 참여했던 작품이라면, 두 번째 공연까지는 함께하려고 해요. 조금 더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니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마음의 자세라고 할까요.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보면 그 뿌듯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박정원 아쉬움이 많은 작품은 꼭 한 번 다시 하고 싶어요. 재연이 올 수 있었던 건 초연이 잘 됐기 때문이지만, 저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어요. 작품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섬세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 같아서 다시 선택하게 되었어요.
손유동 창작 초연은 언제나 힘들지만 이 작품은 유독 힘들었어요. 바이런과 존, 작품에 등장하는 소설 ‘뱀파이어 테일‘의 루스벤과 이안테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어내야 하니 복잡했거든요. 여러 개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초연 공연을 무사히 마치며 큰 산을 넘고 나니 다시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능숙해진 상태로 시작을 하면 더 즐겁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초연 멤버들 다 하면 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다 같이 하게 되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현석준 저는 아무것도 안 따지고 다 같이 돌아오면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왜냐하면 너무 치열하게 연습했고, 작품을 잘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책임감에 휩싸였던 시간이 길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연습은 힘들었어도 재미있게 공연했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 이번에는 좀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연습은 훨씬 수월하게 풀고 있나요?
박정원 이미 준비된 상태잖아요. 좀 더 섬세하게 다가가고 있는 기분이에요.
황순종 배우의 합류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손유동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황순종 저 잘 모르셨잖아요.(웃음)
손유동 이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다만 작품에서 함께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합을 맞추게 될까 기대가 됐죠. 무엇보다 순종이가 쇼케이스 참여를 통해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석준 저도 새로운 배우가 온다면 순종이가 가장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쇼케이스 공연의 경험이 있다 보니 작품에 익숙할 테니까요.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대부분이니, 누군가 온다면 순종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맞아 떨어져서 너무 좋았죠.
현석준 배우와 황순종 배우는 유일한 또래라 의지될 것 같아요.
손유동 순종이가 까마득한 후배 아냐?
현석준 네 살 차이면 또래지 뭐.(웃음)
주민진 그렇게 치면 우리랑도 또래겠다.(웃음)
현석준 우린 90년대 생이에요!


(황순종 배우에게) 함께 하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황순종 쇼케이스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처음 만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형들이 너무 잘 이끌어줘서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이미 경험있는 형들의 속도에 맞출 수 있게 빠르게 맞춰가는 중이에요. 비슷한 선에 도달해야 저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황순종 특별한 고민은 없어요. 저의 방향에 대해 의심이 들지 않아요.
주민진 속도로 따지면 저보다 빨리 가고 있어요. 다시 대본을 보며 대사와 가사들을 어떻게 요리했었나 고민 중인데, 순종이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 단계라 저희끼리 농담으로 ‘다음 주에 공연해도 되겠다’라고 할 정도죠.
현석준 정말 신기할 정도로 가야 할 때 가고, 멈춰야 할 때 멈추더라고요. 타고난 것 같아요.
손유동 네가 학교 선배로서 옆에서 하드 트레이닝 시켰나 보다.(웃음)
작품과 재회하며 새롭게 발견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주민진 일단 순종이가 왔다는 점이 제게 큰 부분을 차지해요. 지금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라는 창작 초연 작품을 함께 공연하고 있거든요.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순종이로부터 신선함과 깊이감을 동시에 느꼈어요. 아주 진한 한약재 같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저의 바이런과 루스벤을 유지하면서도, 순종이가 연기할 존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찾다 보면 저와 관객들 모두가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정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극중 인물들의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바이런에 치중하기 보다, 바이런과 존 혹은 루스벤과 오브리, 이안테의 관계에 집중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현석준 저의 존은 바이런을 사랑하는 것에 완전히 초점을 맞춘 존이었어요. 이번에는 최대한 덜어낼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고 했고 또 새로운 요소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예를 들어 이전에는 바이런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내면의 파동이 크더라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식이죠. 관객들에게 내면까지 표현하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손유동 저는 ‘과거의 유동이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더 찾을 게 없을 정도로 이미 디테일한 부분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것들을 더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소화하는 것이 올해의 몫인 것 같아요. 가볍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이미 쌓아 둔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번에 대본을 다시 봤을 때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작년을 되짚어 보니 해결 되더라고요. 이미 해본 것과 새로 가보고 싶은 방향, 두 개의 선택지가 생겼으니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바이런 역할의 세 배우는 루스벤과 바이런 사이의 차이를 위해 어떤 고민이 필요했는지 궁금합니다.
박정원 존이 바이런을 염두하고 루스벤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굳이 차이점을 두지 않았어요. 다만 어떤 모습이 더 바이런같은 행동일지 고민했죠. 바이러닉(Byronic)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바이런처럼 비장하고 낭만적이라는 뜻인데, 그 단어의 어감을 잘 살리고 싶어요.
박정원 존이 바이런을 염두하고 루스벤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굳이 차이점을 두지 않았어요. 다만 어떤 모습이 더 바이런같은 행동일지 고민했죠. 바이러닉(Byronic)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바이런처럼 비장하고 낭만적이라는 뜻인데, 그 단어의 어감을 잘 살리고 싶어요.
손유동 루스벤과 바이런 둘 다 큰 욕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해요. 그럼에도 두 캐릭터의 차이를 알아챌 수 있는 요소는 걸음걸이겠죠. 바이런은 절름발이니까요. 저는 의도적으로 크게 절 때도 있고, 바이런이 콤플렉스를 감추고 싶어하는 걸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불편해 보이지 않게 걸을 때도 있어요. 실제로 바이런이 일부러 운동도 열심히 하고, 또 잘 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다만 루스벤이라는 캐릭터는 애초에 바이런을 모티브로 탄생했기 때문에, 묘하게 겹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공연하다 보면 ‘이 장면에서는 이 캐릭터의 면모를 살려야지’라고 생각하기 보다, 순간의 감정과 흐름에 의해 부각되는 면이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그런 점이 우리 공연의 재밌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주민진 바이런의 방식, 루스벤의 방식을 정해 놓기 보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기준으로 다가가려고 했어요. 같은 인물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다른 인물이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정체성 중 하나를 장면과 상대에 맞춰 적절하게 녹여내려고 했어요.
유연한 사고방식이 엿보입니다.
주민진 저 다리 찢기도 잘해요. 뮤지컬 배우는 유연해야 돼요.
손유동 형, 난 앞뒤로는 되는데 옆으로 안 돼.
현석준 저는 아빠 다리도 못 해요.
손유동 아빠 되기 글렀네.
주민진 이거 꼭 실어 주세요.(웃음)
첫 공연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손유동 석진이(배우 최석진)가 멋 부린다고 바닥에 와인을 흠뻑 뿌렸는데, 너무 미끄럽더라고요. 그런데 자기가 뿌려 놓고 거기 넘어진 거예요. 제가 질질 끌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장면과 묘하게 어울려서 적당한 MSG가 됐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손유동 황순종.(웃음)
주민진 어떻게 나랑 생각이 똑같지?(웃음)
손유동 저는 무대 의상을 얘기하고 싶어요. 무대 조명, 소품, 홍문기 디자이너 분의 의상이 어우러지며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고 있어요.
주민진 이 작품은 움직이는 명화 같아요. 사실 저는 구체적인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작품의 에너지 혹은 기운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우리 작품에는 어떤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좋고 나쁘고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작품의 기운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고전시대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관객분들의 기억 한 편에 자리잡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정원 모든 공연이 그렇겠지만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정말 잘 만들어진 비빔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 음악, 조명 등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종합 예술의 결정체요.
존은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나요.
현석준 처음에는 이렇게 큰 사랑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동정심이 들었어요. 그리고 존을 연기하며 그 마음을 제 내면에 심어 놓기 위해 고민했죠. 어떻게 보면 바이런을 밀어내는 모습이 훨씬 매력적일 수도 있잖아요. 존과 바이런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줄타기를 잘 표현하는 것이 저의 숙제였어요. 첫 공연 때의 저는 표현을 너무 많이 해서, 이번에는 숨기려고 애쓰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저의 숙제인 것 같아요.
황순종 내면 깊숙이 숨기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큰 감정들을 어떻게 소설로 쓰고, 글로 녹여낼 수 있었을까 싶고 정말 아프고 힘들었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민진 바이런의 방식, 루스벤의 방식을 정해 놓기 보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기준으로 다가가려고 했어요. 같은 인물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다른 인물이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정체성 중 하나를 장면과 상대에 맞춰 적절하게 녹여내려고 했어요.
유연한 사고방식이 엿보입니다.
주민진 저 다리 찢기도 잘해요. 뮤지컬 배우는 유연해야 돼요.
손유동 형, 난 앞뒤로는 되는데 옆으로 안 돼.
현석준 저는 아빠 다리도 못 해요.
손유동 아빠 되기 글렀네.
주민진 이거 꼭 실어 주세요.(웃음)
첫 공연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손유동 석진이(배우 최석진)가 멋 부린다고 바닥에 와인을 흠뻑 뿌렸는데, 너무 미끄럽더라고요. 그런데 자기가 뿌려 놓고 거기 넘어진 거예요. 제가 질질 끌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장면과 묘하게 어울려서 적당한 MSG가 됐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손유동 황순종.(웃음)
주민진 어떻게 나랑 생각이 똑같지?(웃음)
손유동 저는 무대 의상을 얘기하고 싶어요. 무대 조명, 소품, 홍문기 디자이너 분의 의상이 어우러지며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고 있어요.
주민진 이 작품은 움직이는 명화 같아요. 사실 저는 구체적인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작품의 에너지 혹은 기운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우리 작품에는 어떤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좋고 나쁘고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작품의 기운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고전시대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관객분들의 기억 한 편에 자리잡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정원 모든 공연이 그렇겠지만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정말 잘 만들어진 비빔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 음악, 조명 등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종합 예술의 결정체요.
존은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나요.
현석준 처음에는 이렇게 큰 사랑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동정심이 들었어요. 그리고 존을 연기하며 그 마음을 제 내면에 심어 놓기 위해 고민했죠. 어떻게 보면 바이런을 밀어내는 모습이 훨씬 매력적일 수도 있잖아요. 존과 바이런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줄타기를 잘 표현하는 것이 저의 숙제였어요. 첫 공연 때의 저는 표현을 너무 많이 해서, 이번에는 숨기려고 애쓰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저의 숙제인 것 같아요.
황순종 내면 깊숙이 숨기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큰 감정들을 어떻게 소설로 쓰고, 글로 녹여낼 수 있었을까 싶고 정말 아프고 힘들었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 명의 바이런이 각자 어떤 매력을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현석준 암전 동안 바이런이 존을 일으켜 줘야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요. 정원이 형은 두 손을 꽉 쥐고 일으켜 준 뒤 제가 정확하게 일어날 때까지 지켜봐요. 반면 유동이 형은 가볍게 일으킨 후 쿨하게 가요. 민진이 형은 딱 잡아주고 엉덩이를 꼭 한 번 치더라고요.
주민진 난 왜 때렸지?
현석준 응원의 의미로 툭 쳐준 거죠.(웃음) 형들마다 성격이 보이는 것 같고, 다 너무 매력적이에요.
황순종 형들이 지금처럼 편하게 있을 때보다 바이런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정말 잘생기고 멋있어요.(웃음) 지금도 너무 좋지만! 역할을 수행할 때의 모습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답니다. 제가 워낙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매력을 잘 포착하는 편이라, 형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조금 더 호흡을 맞춰 본 후에 자세히 말씀 드릴게요.
황순종 배우에게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황순종 저는 생각을 많이 해놓고 정작 결정은 충동에 따라 하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도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아요. 물론 개막해 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 좋은 선택을 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2인극인 만큼 상대 배우에게 집중하게 될 텐데, 무대에서 정말 통했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주민진 제가 무대 위에서 뭘 하든, 존들이 정말 잘 챙겨줘요. 그것만으로도 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무대 위에 작품의 캐릭터로 살아남기 위해 함께 애쓰며 달려온 만큼, 누구 한 명이 튀어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전체 작품을 이해시키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원 한 번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항상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거울을 통해 존을 바라볼 때가 있는데, 일부러 미리 약속하고 기다리는 건 아니에요. 저 혼자 보고 있는데 거울을 통해 시선이 마주칠 때 정말 정전기가 피어오르는 기분이에요. 석준이랑 석진이 둘 다 공연 첫날 곧바로 거울 너머의 저를 바라봐 주더라고요.
손유동 매 공연마다, 10장면 중 4장면 정도는 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순간이 생겨요. 이 공연은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이 끊길 위험이 크거든요. 어떤 순간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상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듯한 지점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신기할 정도로요.
현석준 저는 2021년도부터 공연을 잘 해서 뿌듯함을 느낀 날 ‘달나라 여행 갔다 온 느낌이다’라고 표현했어요. 그런 기분을 가장 많이 느낀 작품이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예요. 이만큼 상대에게 집중해서 보고 들었던 공연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또다른 출발점같은 작품이죠. 그래서 형들이 모두 한다고 해서 너무 기뻤고, 매 공연마다 상대와 통한다고 느끼며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준 작품이에요. 작년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게 내 유작이다’라고 얘기할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답니다.
황순종 배우는 연습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황순종 아직 연습 초반이라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지금의 방향대로 잘 따라가면 무대에서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장면인데도 바이런마다 분위기 혹은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에 저 역시 변화를 주게 되거든요. 파트너에 맞춰 여러 시도를 하게 돼서 기대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다른 배우들에게 도움받은 점이 있다면요.
황순종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석준이 형이 어떤 감정으로 움직이는지 기본적인 프레임을 알려줬어요. ‘그 부분은 이런 방향이 좋다. 그렇지만 그것 외에는 모두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고요. 큰 틀을 잡아 주되 저의 해석에 대한 문을 열어 둔 셈이죠. 그리고 제가 정말 편한 지점은 이미 대부분이 갖춰진 작품이라는 거예요. 장면의 목적이 확실하고, 형들의 캐릭터와 대사의 의도가 명확한 만큼 거기에 맞춰서 제 것만 만들면 되거든요. 본능적으로 반응하거나 조금만 생각해도 답을 내릴 수 있죠. 사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기분이기도 해요.


작품은 존과 바이런 두 인물의 관계성 위주로 전개됩니다. 바이런에게 존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주민진 다시 대본을 읽으며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대의 벽 때문에 사랑에 대한 기형적 형태를 보여주는 존이 너무 불쌍하고, 모든 걸 가진 바이런이 웬만한 자극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는 것도 안타까워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자극이 아니면 인생의 행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된 거죠. 그리고 자극의 절벽 끝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존인 것 같아요. 존의 눈빛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걸 즐거워해요. 원래 무언가를 손에 넣는 그 순간이 가장 재밌잖아요. 관계를 확립하는 순간,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 집을 계약하는 순간처럼. 바이런은 존에게 ‘날 사랑해? 사랑하잖아’ 하고 유혹하는 와중에 존의 마음이 넘어오기 직전, 흔들리는 그 찰나에 행복을 느껴요. 그런데 막상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면 관심이 사라지죠. 이런 행복 밖에 느끼지 못하는 바이런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요.
박정원 저는 루스벤이 바이런을 연기하는 이유가 존에게서 이안테라는 인물을 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둘 사이를 초월적인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존을 괴롭히고, 몰아붙이는 그 모든 과정의 행동들 역시 초월적인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요.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랑을 뛰어 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단계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작품에 등장하는 ‘그는 아름답게 걷는다’라는 시처럼, 저 남자에게서 나에게 없는 눈빛과 당당함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는 거죠.
존에게 바이런은 어떤 존재일까요? 바이런에게 화를 내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랑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현석준 저에게 있어 바이런은 생존의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어요. 존의 존재 여부를 결정해 주는 존재요. 작품 후반부의 존은 스스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바이런과 루스벤이 존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순간부터 두 발로 설 수 있게 되거든요. 이전까지 피폐하고 고독한 음지에 존재하던 존이 바이런과 루스벤으로 인해 자아를 찾게 되는 점 때문에, 존재의 이유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아요.
황순종 가장 안타까웠던 건, 존에게 스스로의 정체성 자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모든 결정권이 상대에게 있는 거죠. 바이런인지, 혹은 루스벤인지에 따라 나도 존, 이안테가 되잖아요. 상대에 대한 마음 때문에 스스로가 누구인지 결정 내리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이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워요.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말해 주세요.
현석준 누구나 그렇듯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하루가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일은 거의 없잖아요. 저 역시 작품 하나로 인해 생기는 변화나 깨달음은 크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재밌게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황순종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크고 작품을 통해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재밌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개막 이후 공연장에 오는 매일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주민진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 작품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관객들을 가두고 싶어요.
박정원 지난 시즌보다 더 자유롭게 무대 위를 누빌 수 있을 것 같아요. 훨씬 준비가 잘된 상태인 만큼 더 섬세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손유동 요즘 다시 코로나와 감기가 극성입니다. 건강 관리 잘 해서 첫 공연을 무사히 해내기를 바라고 있어요.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저번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현석준 암전 동안 바이런이 존을 일으켜 줘야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요. 정원이 형은 두 손을 꽉 쥐고 일으켜 준 뒤 제가 정확하게 일어날 때까지 지켜봐요. 반면 유동이 형은 가볍게 일으킨 후 쿨하게 가요. 민진이 형은 딱 잡아주고 엉덩이를 꼭 한 번 치더라고요.
주민진 난 왜 때렸지?
현석준 응원의 의미로 툭 쳐준 거죠.(웃음) 형들마다 성격이 보이는 것 같고, 다 너무 매력적이에요.
황순종 형들이 지금처럼 편하게 있을 때보다 바이런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정말 잘생기고 멋있어요.(웃음) 지금도 너무 좋지만! 역할을 수행할 때의 모습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답니다. 제가 워낙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매력을 잘 포착하는 편이라, 형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조금 더 호흡을 맞춰 본 후에 자세히 말씀 드릴게요.
황순종 배우에게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황순종 저는 생각을 많이 해놓고 정작 결정은 충동에 따라 하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도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아요. 물론 개막해 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 좋은 선택을 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2인극인 만큼 상대 배우에게 집중하게 될 텐데, 무대에서 정말 통했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주민진 제가 무대 위에서 뭘 하든, 존들이 정말 잘 챙겨줘요. 그것만으로도 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무대 위에 작품의 캐릭터로 살아남기 위해 함께 애쓰며 달려온 만큼, 누구 한 명이 튀어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전체 작품을 이해시키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원 한 번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항상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거울을 통해 존을 바라볼 때가 있는데, 일부러 미리 약속하고 기다리는 건 아니에요. 저 혼자 보고 있는데 거울을 통해 시선이 마주칠 때 정말 정전기가 피어오르는 기분이에요. 석준이랑 석진이 둘 다 공연 첫날 곧바로 거울 너머의 저를 바라봐 주더라고요.
손유동 매 공연마다, 10장면 중 4장면 정도는 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순간이 생겨요. 이 공연은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이 끊길 위험이 크거든요. 어떤 순간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상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듯한 지점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신기할 정도로요.
현석준 저는 2021년도부터 공연을 잘 해서 뿌듯함을 느낀 날 ‘달나라 여행 갔다 온 느낌이다’라고 표현했어요. 그런 기분을 가장 많이 느낀 작품이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예요. 이만큼 상대에게 집중해서 보고 들었던 공연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또다른 출발점같은 작품이죠. 그래서 형들이 모두 한다고 해서 너무 기뻤고, 매 공연마다 상대와 통한다고 느끼며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준 작품이에요. 작년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게 내 유작이다’라고 얘기할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답니다.
황순종 배우는 연습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황순종 아직 연습 초반이라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지금의 방향대로 잘 따라가면 무대에서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장면인데도 바이런마다 분위기 혹은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에 저 역시 변화를 주게 되거든요. 파트너에 맞춰 여러 시도를 하게 돼서 기대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다른 배우들에게 도움받은 점이 있다면요.
황순종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석준이 형이 어떤 감정으로 움직이는지 기본적인 프레임을 알려줬어요. ‘그 부분은 이런 방향이 좋다. 그렇지만 그것 외에는 모두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고요. 큰 틀을 잡아 주되 저의 해석에 대한 문을 열어 둔 셈이죠. 그리고 제가 정말 편한 지점은 이미 대부분이 갖춰진 작품이라는 거예요. 장면의 목적이 확실하고, 형들의 캐릭터와 대사의 의도가 명확한 만큼 거기에 맞춰서 제 것만 만들면 되거든요. 본능적으로 반응하거나 조금만 생각해도 답을 내릴 수 있죠. 사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기분이기도 해요.


작품은 존과 바이런 두 인물의 관계성 위주로 전개됩니다. 바이런에게 존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주민진 다시 대본을 읽으며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대의 벽 때문에 사랑에 대한 기형적 형태를 보여주는 존이 너무 불쌍하고, 모든 걸 가진 바이런이 웬만한 자극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는 것도 안타까워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자극이 아니면 인생의 행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된 거죠. 그리고 자극의 절벽 끝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존인 것 같아요. 존의 눈빛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걸 즐거워해요. 원래 무언가를 손에 넣는 그 순간이 가장 재밌잖아요. 관계를 확립하는 순간,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 집을 계약하는 순간처럼. 바이런은 존에게 ‘날 사랑해? 사랑하잖아’ 하고 유혹하는 와중에 존의 마음이 넘어오기 직전, 흔들리는 그 찰나에 행복을 느껴요. 그런데 막상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면 관심이 사라지죠. 이런 행복 밖에 느끼지 못하는 바이런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요.
박정원 저는 루스벤이 바이런을 연기하는 이유가 존에게서 이안테라는 인물을 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둘 사이를 초월적인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존을 괴롭히고, 몰아붙이는 그 모든 과정의 행동들 역시 초월적인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요.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랑을 뛰어 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단계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작품에 등장하는 ‘그는 아름답게 걷는다’라는 시처럼, 저 남자에게서 나에게 없는 눈빛과 당당함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는 거죠.
존에게 바이런은 어떤 존재일까요? 바이런에게 화를 내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랑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현석준 저에게 있어 바이런은 생존의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어요. 존의 존재 여부를 결정해 주는 존재요. 작품 후반부의 존은 스스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바이런과 루스벤이 존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순간부터 두 발로 설 수 있게 되거든요. 이전까지 피폐하고 고독한 음지에 존재하던 존이 바이런과 루스벤으로 인해 자아를 찾게 되는 점 때문에, 존재의 이유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아요.
황순종 가장 안타까웠던 건, 존에게 스스로의 정체성 자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모든 결정권이 상대에게 있는 거죠. 바이런인지, 혹은 루스벤인지에 따라 나도 존, 이안테가 되잖아요. 상대에 대한 마음 때문에 스스로가 누구인지 결정 내리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이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워요.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말해 주세요.
현석준 누구나 그렇듯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하루가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일은 거의 없잖아요. 저 역시 작품 하나로 인해 생기는 변화나 깨달음은 크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재밌게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황순종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크고 작품을 통해 얻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재밌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개막 이후 공연장에 오는 매일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주민진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 작품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관객들을 가두고 싶어요.
박정원 지난 시즌보다 더 자유롭게 무대 위를 누빌 수 있을 것 같아요. 훨씬 준비가 잘된 상태인 만큼 더 섬세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손유동 요즘 다시 코로나와 감기가 극성입니다. 건강 관리 잘 해서 첫 공연을 무사히 해내기를 바라고 있어요.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저번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